사회

미셀 푸코: 근대 전후 사회 통제 방법의 차이

페르소나12 2022. 5. 11.

1) 푸코 이론의 전제

푸코의 이론은, 현대사회가 자유 법치 국가체제인데도 중세의 왕정(절대군주) 체제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사회가 시민들에게 주는 압박이 심했으면 심했지 더 나아진 것이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중세의 생활과 비교해서 보다 더 자유로워야 할 현대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게 사회를 움직이고 제약하는 규범이나 규칙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런 일상적인 룰이 현대인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억압의 원천이라면, 그런 룰은 어떻게 또 왜 가능했는지를 알아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푸코의 일차적 연구과제는 무엇보다도 현대사회가 어떻게 그 구성원들을 통제하며 길들이느냐 하는 것이었다.

2) 중세의 사회 통제 방법

푸코에 의하면, 중세의 통치 방법은 비교적 단순한 것이었다. 절대권자를 중심으로 하여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었고 정권을 유지하는 방법도 무자비한 것이었는데, 그것은 항상 국민들로 하여금 절대적 권력에 복종하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이런 절대왕정 체제에 존재하는 '파워' 란 곧 (공) 권력이었다. 이때의 파워는 왕권이라는 절대권력의 부산물이었을 뿐 어느 누구도 그 파워를 나누어 가질 수도 없었고, 도전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근대의 통치 방법은 이런 중세의 원시적인 방법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왕이 혼자서만 파워를 독차지할 수도 없고, 사회를 명령으로만 다스릴 수도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인 것이다.

3) 근대 이후의 사회 통제 방법의 출발점

중세와 비교해서 (서구의) 현대인들이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말은 한마디로 그들이 자본 법치-자유 민주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 새로운 체제가 법치주의 국가체제이니만큼 고문이나 억압적인 방법으로 사회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법에 의해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이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자유와 권한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새로운 제도인 것이다. 따라서 파워가 왕권 체제하에서처럼 권력의 개념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개개의 국민들에게도 골고루 분산되어 있는 '힘'의 개념으로 의미가 바뀌어진 것이다. 한마디로 힘의 분배가 이루어진 상태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런 새로운 자유 법치체제에서는 무엇이 왕권 체제하의 강압적 사회통제 방법을 대신하는가? 바로 이런 근대적 사회통제 방법을 알아보는 데 푸코 이론의 출발점이 있었던 것이다.

 

4) 근대 국가가 고안한 통제 방법- 신체의 통제

푸코는 근대사회에서는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자제하면서 살아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사회통제 방법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자유법 체제하에서 권한과 의무를 강조할 때, 이 의무 부분에 해당하는 것이 자율적 통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자율적 통제는 또 우리들의 몸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그렇기 때문에 의무나 자율의 마지막 목표가 우리의 몸이 된다는 것이다. 국가를 위한 의무사항이나 스스로 알아서 지켜야 할 법규도 내 몸을 움직여 실행했을 때 가능한 것이지 마음만 가지고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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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몸은 사회통제의 마지막 보루인 것이다. 중세의 처벌 방법도 범법자들의 몸을 가두거나 목을 치는 것같이 몸의 제재를 통한 것이었지만, 근데의 자율적인 자기 통제 또한 우리들의 몸을 규제하는 데에서 가능하다는 얘기다. 예컨대, 각자가 알아서 자신의 몸을 가꾸는 일부터 시작해서 몸의 자세를 바로 갖는 것이나 몸을 숙여 예절을 표시하는 것들도 모두 자기 통제 방법의 일환인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자신의 몸을 사회에 거스르지 않게 다스려 나가도록 하는 것이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근대적 방법이라는 말이다.

 

5) 신체 통제의 이념 근거- 계몽주의

여기서 시민 스스로가 알아서 올바르게 행동해 나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 기준은 더 이상 왕권의 절대적 권위에 의존하는 식이 아니다. 근대사회의 커다란 특징 중 하나는 지식이 절대군주의 권위를 대신하면서 어떤 행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었다고, 푸코는 주장한다. 따라서 근대사회는 의학, 정신의학, 심리학, 법학, 범죄학, 사회학 등의 과학적 지식이 사회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식이 중요한 사회통제 수단으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이런 전문지식을 새로운 사회통제의 도구로 삼아 누가 정상인이고 누가 비정상인인지 구분해 놓고 현대인의 삶을 일거수일투족 수사·감시·치료하는 사회 통치 방법은 봉건 전제 제도하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통제 방법이라는 게 푸코의 생각이다.

 

6) 근대 전후의 사회통제 방법 차이의 예시

현대의 이런 사회통제 방법은 분명 중세의 야만적 통치수단보다는 진일보한, 문명사회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불과 2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프랑스에서 범죄자들에게 요구한 죗값은 말 그대로 눈뜨고는 보지 못할 잔인한 스펙터클이었다. 푸코가 '감시와 처벌'(1975)이라는 책에서 제시한 한 예는 절대왕정체제하의 무자비한 형벌제도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것이 얼마나 근대사회의 처벌 방법과 동떨어진 것인지 그 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왕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미다 잡혀온 범인의 사지에서 살점을 뜯어내고 상처에다 끓는 기름과 초 그리고 유황을 함께 부어 고문을 가하고는 그 사지를 또 말에다 매달아 네 갈래로 찢어 죽인 다음 조각난 시체를 마지막으로 불사르는 사형집행이 바로 시민들 눈앞에서 시행되었던 것이다. 이런 공개 처형의 잔혹상을 푸코는 한 감시병의 증언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망나니는 필필 끓는 물에다 쇠 부지깽이를 담가 보더니 그 끓는 물을 각각의 상처에다 흠뻑 부었다. 그러고는 말에 맬 밧줄과 사형수의 몸을 묶은 포승을 단단히 연결해 놓았다. 말에 마구가 채워졌고 사지의 한 부분마다 말 한 마리씩을 할당해 놓았으며, 각각의 말에는 또 망나니가 한 명씩 따라붙었다. 이윽고 말들을 재촉하여 사형수의 팔다리를 사정없이 끌어당겼다. 15분쯤 후에 똑같은 짓을 몇 번 되풀이하다가, 말이 진행하는 방향을 이번에는 바꿔서 발 쪽에 묶어놓은 말을 팔 쪽으로 잡아당기고 팔은 발 쪽으로 서로 엇갈리게 잡아끌자 팔이 관절 부분에서 부러지기 시작했다. 여러 번 이렇게 했지만 사지가 완전히 빠지지는 않았다. 삼손이라는 집행관과 족집게를 들고 있던 다른 망나니가 이번에는 저들 주머니에서 칼을 끄집어내더니 다리가 관절에서 부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허벅다리를 그 칼로 잘라 살을 도려냈다. 그러고는 말을 다시 잡아끌자 오른쪽 다리가 몸통에서 빠져나가고 이내 왼쪽 다리도 마저 빠져 버렸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팔, 어깨, 사지를 똑같은 방법으로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처음엔 살점이 떨어져 뼈가 보이더니, 말들을 세차게 몰아붙이자 먼저 오른팔이 떨어져 나가고 조금 있다가 왼팔도 빠져 버렸다.”

이렇게 참혹한 방법으로 본보기를 보임으로써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려던 중세의 사회통제 방법은 점차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그 실효성을 잃어갔다. 17.18세기에 접어들자 유럽에선 우선 산업과 인구가 빠른 속도로 팽창했다. 세계의 식민지를 무대로 세력을 넓혀 나가던 유럽은 황금의 시대를 구가하며 번성 일로에 있었고, 따라서 모든 사회조직 또한 이에 맞취 비대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군대를 동원해서 식민지를 지켜야 했고, 나날이 늘어나는 도시뿐만 아니라 직장, 학교, 병원, 수용소, 감옥 등도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러나 왕정 제도로서는 더 이상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가 없어서, 그런 사회 구석구석까지의 관리가 불가능했다. 그런 비효율적인 체제는 보다 더 나은 사회 통치 형태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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