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서방에서는 종전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에 관한 걱정이 많다. 하지만 상대국인 러시아의 내부 상황 또한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질문은 카자흐스탄 대통령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의 발언처럼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패배할 수 없다"는 전제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하게 들릴 수 있다. 토카예프와 일부 서방 지도자들은 이를 이유로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협상은 유엔과 미국,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로 인정하는 지역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토카예프의 주장은 카자흐스탄이 러시아의 위협 아래 놓인 상황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하다. 푸틴은 카자흐스탄의 주권에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고, 그의 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중앙아시아 국가를 침공할 가능성을 시사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서방의 일부 인사들이 이런 논리를 반복하며 모스크바와의 협상을 지지하는 태도는 재고되어야 한다.
러시아의 과거 패배가 보여준 희망적 변화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군사적 패배는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다. 18521855년의 크림 전쟁 패배는 러시아 농노 해방(1861년)과 법적·지방 자치 개혁으로 이어졌다. 19041905년의 러일전쟁 패배는 첫 의회인 두마 설립을 포함한 개혁의 계기가 됐다. 스탈린이 핀란드를 침공했던 "겨울전쟁"은 소련이 국제연맹에서 축출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1979~198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패배는 결국 소련 붕괴로 이어졌다.
이 같은 역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패배가 또 다른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서방이 푸틴과의 타협을 주장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서방이 푸틴과 협상을 고민하는 세 가지 이유
첫째, 푸틴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푸틴의 여러 "레드라인"을 넘었음에도 그는 아직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푸틴의 핵 위협이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무기 사용은 미국의 즉각적이고 파괴적인 대응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러시아 지도부는 잘 알고 있다.
둘째, 서방 국가들이 전쟁의 전황을 부정확하게 평가한 결과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의 상황은 모두 심각하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장비 부족, 사기 저하, 높은 사상률로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여기에 북한 병력이 추가됐지만, 이는 오히려 아군 오사(friendly fire)를 유발하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푸틴의 "비상기금"도 거의 소진된 상태다.
셋째, 러시아 내부의 전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엄격한 검열로 전쟁 자체에 대한 논의는 막혔지만, 전쟁이 러시아 경제와 사회에 미친 영향은 논의가 활발하다. 생필품 가격은 급등했고, 전쟁에서 돌아온 참전 군인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인구 붕괴와 같은 장기적 위기를 경고하며, 심지어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회장조차 푸틴 정부의 무능함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푸틴과의 타협이 초래할 위험
푸틴과의 타협은 그가 국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유지하고, 중국·북한·이란과의 연대를 강화하도록 만들 것이다. 이는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와 자국 방어를 위해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하며, 국제사회에서 서방이 결단력 없는 태도를 보였다는 신호를 보낼 것이다.
반대로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법적 국경을 회복시키는 데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면, 러시아의 패배는 내부 개혁과 국제사회의 질서 회복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단기적 비용을 넘어 장기적으로 더 큰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것이다.
결론
푸틴과의 타협은 단기적으로 전쟁을 끝내는 방안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 내부의 개혁 가능성을 차단하고, 푸틴이 국제사회의 규칙을 무시한 행동을 강화할 위험이 크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영토 회복을 목표로 한 지원을 통해 장기적인 평화와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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